일의 격

🔖 내가 깨달은 비교적 여유롭게 일하는 세 가지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것은 다 동일하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고 그렇지 않은 일은 초스피드로 하거나 대충 하거나 타인에게 맡기거나(떠맡기는 게 아니라 대가를 주거나 역할로 맡김) 아예 하지 않는다. 리더라면 설계는 자신이 하고 구체화는 맡기는 방식을 쓸 수 있다.
  2. 구성원들의 역량을 높인다. 내가 편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다. 계속 잔소리하고 가르치고 코칭하고 자극을 주고 교육받게 하고 배우게 하여 역량을 키우게 한다.
  3. 내가 할 일은 내가 빠르게 하고 남의 일을 대신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할 일과 산하 구성원이 할 일을 명확히 한다. 정치적인 구성원들은 자기가 할 일을 위나 옆이나 아래에 미루곤 한다. 이에 나는 산하 임원에게 "그건 당신이 고민하고 답할 문제인데 왜 제게 떠넘기죠?"라는 말로 책임을 명확히 준다. 단, 그가 그것을 이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계획은 준비한다.

🔖 바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내는 비결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는다. 바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는 비결은 이미 다 나와있다. '파레토의 법칙'을 실행하면 된다. 우리 일을 살펴보면 20의 핵심적인 일과 80의 비핵심적인 일이 있다. 앞의 20의 특징은 잘하면 비선형적인 성과를 내는 일이다. 핵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거나 고객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일,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드는 일,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 하는 일, 재테크 등일 것이다. 반면 뒤의 80은 못하면 욕을 먹지만 잘해야 본전인 일이 많다. 대개 사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운영상 일들이다. 그러면 어떻게 일할 것인가?

  1. 위의 20은 열심히 한다. 에너지를 쏟는다. 시간을 더 투입한다.
  2. 위의 80은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말고 '어떻게 편하게 할까?'에 초점을 둔다. 소위 뺀돌이가 되는 것이다. 허술하게 하라는 뜻은 아니다. 거절하거나 시스템화하거나 자동화하거나 아웃소싱하거나 협업을 하거나, 여하튼 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3. 80중 아예 할 필요가 없는 것은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 일을 안 했을 때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가?”를 자문하면 된다. 큰일이 안 일어나는 일은 하지 않으면 된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도 바보짓이다.

🔖 코치면 코치지 무슨 초보 코치인가? 초보 코치가 아니라 코치이고, 신입사원이 아니라 사원이고, 초급 임원이 아니라 임원이다. 초보 원장이 아니라 원장이다. 초보 대표가 아니라 대표이다. '신입'이나 '초보' 라는 이름하에 숨을 이유가 없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프로인 것이고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 세상의 획을 긋는 성취는 알량한 '머리'와 '효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직한 '엉덩이'에서 나온다. 특정 분야에 대한 강렬한 관심, 강한 흥미, 인내와 끈기에서 나온다. <틀리지 않는 법>에서 저자인 수학교수 조던 앨런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이 '천재성 신앙'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이다. '천재성 신앙'은 학생들에 게 최고가 아니면 수학을 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유망한 젊 은 수학자들이 자기 앞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포기하는 모습을 매년 본다.” 나도 예전에는 '노력'이란 모욕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똑똑하다고 말해줄 수 없을 때 대신 말해주는 표현이라 여겼다. 그러나 '노력하는 능력', 하나의 문제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또 고민하고 고민하고, 겉으로 뚜렷한 발전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이 없이 수학을 할 수 없다.

🔖 개인도 유사하다. 어떤 분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할 것이 아니라면 아예 실행하지 않는다. ‘실수'하거나 '실패' 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지금까지 좋은 경력과 브랜드를 쌓아 왔을수록, 성공과 인정의 욕구가 강할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나 자신도 열려있는 편이라고 생각함에도 그러한 경향이 강하다. 이에 준비되기까지는 주저한다. 그러다 보면 하세월이다. 그러나, 일단 작게 실험해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시켜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더더욱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어려운 이 세상에서는 말이다.(…) 처음의 '창피함'에서만 자유롭다면 이게 훨씬 나은 방안이다. 부담 없는 작은 출발 그리고 '반복', 이 과정 중의 '피드백'의 '지속적인 반영' 이 완벽한 준비 부담으로 아예 출발조차 못하거나 무겁게 출발했다가 부담이 되어 지속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무엇을 하든 일단 부담 없이 가볍게 출발하고 이를 반복, 향상시켜나가라. 아니면 접으면 되고, 괜찮으면 발전시켜가면 된다.

🔖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만 짧고 명확히 먼저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남거나 상대가 이유를 요청하면, 근거가 되는 이유 3가지를 첫 째, 둘째, 셋째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만 하면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으로 보인다. 생각 외로 쉽지 않다. 이렇게 하려면 항상 생각을 요약하고 구조화해야 한다. 부단히 훈련하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

🔖 기본 역량과 학습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치 아프게 더 공 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경험, 그동안 구축해놓은 인맥과 관계, 귀 동냥, 적절한 소프트 스킬로 대충 꾸려나가는 직원과 임원들이 적지 않다. 나는 이것을 '사골곰탕 우려먹듯' 직장 생활 한다고 말한다. 옛날에 배우고 익혔던 것으로 계속 우려내서 생활하는 것이다. 지금까 지는 이렇게 해도 생존에 문제가 없었지만 디지털 신기술이 속속들 이 활용되는 앞으로도 이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흥미롭다. 100세까지 살 시대에, 50세만 되어도 공부하는 것을 신기하게 보는 세상이라니…

🔖 과거에는 나이가 들수록 뇌의 연결이 끊어지고 새로운 연결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멍청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이가 들어도 뇌에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나이가 들어도 뇌의 기능이 발달하고 똑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특히, 자신이 기존에 잘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뇌에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잘 하는 것만 계속하시지 말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시라. 외국어든, 피아노든, 춤이든, 스포츠든 새로운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옛날에 배운 것을 곰국 우려먹듯 사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멍청해지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람은 청년처럼 살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보너스 굿 뉴스가 있다. 옥스포드대가 저글링을 통한 뇌 발달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실력과 뇌 발달은 관계가 없 다는 것이다. 즉, 못해도 뇌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어든, 피아노든, 댄스든, 주짓수든, 요가든, 공부든 뭐든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못한다고 자책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다. 몸이 못 따라간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뇌는 쑥쑥 자란다.

🔖 흥미롭게도 권력이 높아질수록 바빠지지만 의외로 에너지가 더 넘치게 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기 통제감'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에너지가 넘치지만 자율 권과 통제권이 사라지고 목표를 볼 수 없으면 쉽게 지치게 된다. 회사에서 좀비같이 있던 이도 자신이 권력과 주도권을 갖는 모임이나 활동에 가면 다른 사람처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종종 관찰한다.

차만 타면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자신이 차를 몰면 멀미를 안 한 다. 왜일까? 첫째는 운전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앞을 보면서 예측 상황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뒷 자리에 앉은 사람은 멀미하기 쉽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뒷자 리에 앉아있기에 조그마한 흔들림에도 멀미를 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구성원이라면 쉽게 지치지 않는 비결 중 하나는 무엇일까? 더 높은 권한과 더 높은 통제권을 갖는 것이다. 미래를 더욱 선명하게 보는 것이다. 통제권이 부여되지 않는 환경이라면 수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움직여 자신의 통제권을 만들어라. 자신의 통제권을 더욱 넓혀라. 즉, 뒷자리에 앉지 말고 운전석에 앉아라.

당신이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대부분 뒷자리에 앉아있음을 기억하라. 그들은 대부분 조금만 흔들거려도 멀미한다. 당신은 신나게 운전할수록 그들은 죽을 맛이다. 토하는 구성원도 나온다.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운전석에 앉게 하라. 즉, 그들에게 운전하게 하라. 일본의 기업인 이나모리 가즈오도 이걸 잘했고 여러 플랫폼 기업들도 작은 애자일 조직을 만들어 구성원들을 최대한 운전자로 만든다. 물론, 모든 구성원을 운전석에 앉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도 잘 못 한다. 그러면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들을 앞자리에 앉게 하는 것이다. 앞자리에 앉으면 뒷자리보다 멀미를 안 한다. 앞자리에 앉게 한 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회사의 목표와 가는 길을 가시화하여 계속 공유해 준다는 것이다. 같이 회사의 미래를 보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멀미가 덜해진다.

🔖 그러므로 못하는 것만 보지 말고 잘하는 것을 보라. 여러 가지를 실험해보고 잘 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큰 기업일수록 이렇게 하지 못한다. 잘하는 것을 탁월하게 치고 나가기보다 못하는 걸 끌어올려 오만가지 모두 나쁘지는 않은데 최고는 아닌 정도로 한다. 그런데 ‘왜 잘 될까?'를 파악한 후 그 비결을 확산하는 것이, 안 되는 것의 원인을 찾아 잘 되게 노력하는 쪽보다 빠르다.

🔖 ‘핵심가치'는 그걸 무시하고 돈 벌 다른 기회가 있을 때도 이것 대신 선택할 배짱이 있어야 하는 가치이다.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이다. 그러므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고 무시무시한 것이다. 이게 정말 대표의
철학이다. 대표가 말은 하는데 실제 결정에서 몇 차례 무시하기 시작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나도 CEO를 할 때 제일 힘든 부 분 중 하나가 ‘우리 가치를 무시하면 단기적 이익이 생기는 경우 어떻게 결정할까?'였다. 모든 임직원들은 이를 관찰한다. 그리고 CEO 가 어떤 가치를 포기하면 이후 더 이상 그 가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 신뢰란 상대를 인간으로 보고 존중하는 것이고 그가 잘할 수 있지만 또한 약하다는 것(악하다는 것이 아니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신뢰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신뢰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신뢰 여부와 무관하게 실수할 수 있고 게으를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그것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가 일에 제대로 성과를 내고 보람을 찾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진짜 신뢰하는 리더가 할 일이다.

🔖 연구에 의하면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을 가진 사람 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고 한다.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은 시시비비를 잘 가리지도 못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맞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Strong opinions, which are weakly held의 자세를 가진다고 한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분명한 사실과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이를 바꿀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한다.